코로나19는 많은 사람에게 배달 음식을 소울 푸드로 만들기도, 홈트 붐을 일으키기도 하며 피트니스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체성분분석 전문기업인 인바디가 '2023 인바디 리포트(2023 InBody Report)'를 발간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체성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는데요. 대상 국가는 데이터가 가장 많이 쌓인 12개 국가, 네덜란드·독일·말레이시아·멕시코·미국·영국·인도·일본·중국·캐나다·한국·호주였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어느 정도 끝나고, 일상을 찾자 대부분 국가는 체성분 데이터가 코로나19 전과 비슷하게 돌아갔는데요. 유일하게 두 국가 남성만 근육량이 증가했습니다. 놀랍게도 바로 우리나라와 네덜란드였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운동, 할 사람만 해서 나온 결과… 우리나라 남성 근육량↑
조금 더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살펴볼게요. 이번 인바디 보고서는 2017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5개년 동안 쌓인 정보로 작성돼 지난달 23일 발표됐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갈 때쯤에도 체성분에 큰 변화가 유지된 건 크게 네 나라, 한국, 미국, 영국, 네덜란드뿐이었는데요. 한국은 남성에서만 체지방 변화 없이 근육량이 증가했고, 네덜란드에선 남성은 체지방 변화 없이 근육량 증가, 여성은 체지방과 근육량이 모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영국은 남, 여 모두에서 근육량 변화 없이 체지방만 늘었고, 미국은 여성에서만 근육량 변화 없이 체지방이 증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상적인 결과가 나온 국가는 우리나라뿐인 거죠.
사실 긍정적으로만 보긴 어렵습니다. 운동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일 수도 있거든요. 이 결과를 제대로 보려면 '인바디 검사 횟수'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요.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1월에서 4월 사이 전 세계 인바디 검사 횟수는 약 79%나 급감했습니다. 외부 활동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나라에서 3~4개월 이후 인바디 검사 횟수가 회복되긴 했지만, 국가별로 사회적 거리 두기, 실내 상주 인원수 제한 등 조치로 검사 횟수와 검사를 하는 대상이 달라졌습니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김지혜 교수는 "이번 인바디 리포트 결과를 코로나19 동안 우리나라 남성이 더 건강해졌다고 해석하긴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거리두기 제약이 컸던 우리나라에선 꾸준히 체육 활동을 하던, 평균보다 근육량이 많은 사람만 체육 시설을 지속해 찾아 인바디 측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도 검사 횟수가 줄어들수록 평균 근육량 값이 월등히 높게 측정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김지혜 교수는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적은 사람의 데이터도 앞으로 점점 포함되면서 장기적으론 결국 다시 코로나19 이전 수치로 떨어질 것이다"며 "검진센터에서는 오히려 비만 환자가 늘었다"고 했습니다.
한편, 근육량(SMI,kg/㎡) 순위는 남성에선 미국(9.11), 호주(8.99), 독일(8.79), 네덜란드(8.78), 캐나다(8.72), 영국(8.71), 멕시코(8.54), 한국(8.36), 중국(8.3), 말레이시아(8.2), 일본(8.1), 인도(8.1) 순, 여성에선 호주(7.19), 미국(7.18), 네덜란드(7.1), 독일(7.02), 영국(6.95), 캐나다(6.89), 멕시코(6.75), 인도(6.65), 한국(6.3), 말레이시아(6.26), 중국(6.25), 일본(6.16) 순으로, 우리나라는 동아시아에서만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SMI는 골격근량으로, 몸통을 제외한 사지 근육량을 신장 제곱으로 나눈 값입니다.
◇우리나라, 남성 근육량 빨리 빠지고 여성 체지방 늦게 증가해 이번 데이터 분석으로 우리나라 성인만의 독특한 체성분 특징도 드러났는데요. 남성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근육량(SMM)이 감소했고, 여성은 느리게 체지방량(PBF)이 증가했습니다. SMM은 뼈나 힘줄에 붙어 있는 골격근의 량으로, 운동을 통해 늘릴 수 있는 근육량을 말합니다. PBF는 신체에서 체지방량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등 서양 남성은 근육량이 45세부터 감소했는데, 우리나라는 무려 10년이나 빠른 35세를 기점으로 근육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김지혜 교수는 "근육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 호르몬의 하나인 안드로겐 수용체가 아시아 계통에서 개수가 적어 어느 정도 근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나라보다 과도하게 음주하는 회식 문화 등도 빠르게 근육량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은 다른 나라보다 20대 이후 체지방 지수가 증가하는 시점이 늦었는데요. 미국, 독일 여성은 20~30세 체지방 지수가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고, 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20대부터 체지방 지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세부터 20세 후반까지 체지방 지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30세부터 40세 후반까지도 체지방 지수 증가가 매우 작은 폭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지혜 교수는 "십 대 때까지 공부하느라 운동량이 줄어 체지방률이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 성인이 된 후 다이어트를 하는 문화와 출산 시기가 늦춰진 게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물론 다른 나라도 성인이 된 후 다이어트를 하는 문화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20대 여성에선 신체 인식 왜곡률이 높아 하루 한 끼만 먹거나, 약을 복용하는 등 극단적인 다이어트에 몰입하는 비율이 높고, 40대까지도 매일 다이어트 하는 인구가 60%에 달하는 등 체중을 과도하게 관리하는 인구가 많아 전반적으로 체지방량이 증가하는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지연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인바디, 2~4주에 한 번 측정이면 충분 코로나19 동안 몸이 변해버렸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20~30대는 체성분 변화에만 몰두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단식하거나, 단기간 과도한 운동을 하면 체성분 수치는 잠시 바꿀 수 있을지 모르나 건강에는 좋지 않습니다.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고, 일주일에 3번 이상은 1시간씩 운동을 해줘야 합니다. 미국 체력학회(NSCA) 연구에 따르면 근력과 근육은 최소 8~12주는 해야 향상된다고 합니다.
40~50대 중년층 이후부턴 기저질환이 생기고, 체력이 젊을 때보단 확연히 떨어질 시기입니다. 이땐 신체 컨디션을 챙기는 게 우선입니다. 무리하게 운동 목표를 세우기보단, 근육량을 유지한다는 생각으로 운동하세요. 단백질 섭취량은 늘리고, 스트레칭이나 유산소 운동을 일상생활 속에서 늘려가는 게 좋습니다.
인바디는 너무 자주 측정하면 오히려 정서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체성분 개선이 필요해서 관리하는 사람은 2~4주에 한 번, 체성분을 유지만 하는 사람이라면 분기에 한 번 정도 측정하면 됩니다. 대신 거울을 자주 보세요. 16주간 체성분 수치를 자주 측정했을 때보다 매주 몸매가 드러나는 전신사진을 측정했을 때 다이어트 성공률이 더 높았다는 스페인 알리칸테대 연구팀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