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수분 다스려 질환 관리… 인바디, 메디컬 시장으로 ‘출격’
세계비즈&스포츠월드
인바디만큼 회사명이 직관적인 곳이 있을까. 이름 그대로 ‘몸 속’의 유효한 정보를 수치화하고 이를 활용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제 인바디는 ‘체성분검사’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사용될 정도로 대중화에 성공했다. ㈜인바디는 창립자인 차기철 회장이 1996년 설립했다. 차 회장이 미국 유학 시절 임피던스 체성분 측정 관련 논문을 읽은 뒤 진행한 작은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돼 현재에 이르렀다. 당시 차기철 회장은 임피던스 체성분 측정 논문에 자신의 생각을 더한 프로젝트를 이어갔고, 당시 지도교수의 지원으로 다양한 실험을 거쳐 세계 최초의 다주파수 체성분 측정기 ‘인바디’를 선보이게 됐다.
인바디는 해외에서도 활약 중이다. 약 110여 개국에 진출했고, 전체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나온다. 심지어 미 부대에도 대량 납품된다. 현재 인바디 체성분 분석을 활용한 논문은 세계적으로 5000여개 이상으로 연구자의 ‘기본 툴’로 자리잡았다.
인바디는 기기에 적용된 BIA(Bioelectrical Impedance Anlysis, 생채전기임피던스법) 기술을 토대로 체성분분석기 ‘인바디’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젝트와 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체성분기기 시장에서 거성으로 자리잡은 이후 인바디가 영토를 확장려는 분야는 ‘메디컬 시장’이다. 이미 건체중 설정, 중증도 평가, 이뇨제 효과 확인 등 의료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바 있다. 2019년에는 체수분 측정 기술로, 지난해에는 ‘근감소증에서 부위별 다주파수 저항값(임피던스) 분석법을 이용한 체성분 분석’으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기도 했다. 현재 관련 컨퍼런스를 꾸준히 열며 학술적 가치를 연구하고 있다.
전문 의료시장의 선봉장으로는 체수분 측정 브랜드 ‘BWA(Body Water Analyzer)’가 나선다. 최근 기초의학의 주요 의료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9일 인바디 본사에서 BWA 팀을 이끄는 신현주 파트장을 만났다.
BWA의 가장 최신 기기는 2세대 체수분측정기 ‘BWA2.0’이다. 이는 ▲체액 모니터링 ▲세포영양평가 ▲근감소증 진단 ▲비만·항노화 평가 등 기초 의학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신현주 파트장은 “BWA2.0은 측정 시 활용하는 ‘초고주파’를 세계 최초로 구현한 기기”라며 “기존의 인바디 검사와 동일한 요소는 물론 체수분, 그 중에서도 ‘세포 내수분’의 정확성을 정밀하게 분석한다”고 소개했다.
대다수는 몸에 수분이 많을수록 무조건 좋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신 파트장에 따르면 몸속 수분은 크게 ‘세포 내수분(ICW)’과 ‘세포 외수분(ECW)’으로 분리된다. 그는 “내수분이 많을수록 건강하고 좋은 것은 맞다”며 “하지만 외수분 수치가 늘수록 부종이 심하다는 뜻이고, 질환과 연관이 있는 요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BWA2.0을 활용하면 세포 내수분과 외수분의 양, 둘 사이의 균형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이처럼 정교한 수분 측정이 이뤄지는 기기는 아직 BWA를 제외하고는 시장에 나와있지 않다. 업계에서는 아직 수분 측정 정확도를 높이는 데 관심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인바디 내부에서는 ‘측정치가 더 정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몸 속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분을 관리함으로써 질환 및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인바디는 체성분 분석을 넘어 수분 측정 분야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신현주 파트장은 특히 수분 측정 및 관리는 환자들에게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당뇨병 환자에게 수분 비율이 높아지면 신장 기능 이상을 예측할 수 있고, 유방암 수술 이후 팔이 붓는 것 같으면 림프부종 부작용을, 심부전 환자가 다리가 붓는다면 증상 악화를 유추할 수 있다. 산부인과에서도 여성의 골다공증 여부를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 가능하다. 투석 환자의 경우 건체중 설정에도 도움이 된다. 지속적인 체수분 모니터링을 통한 예방적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치료 전후의 예후도 파악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신현주 파트장은 “수액처방에 특화된 의료기관에서도 BWA 활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수액을 맞으면 기분상 ‘힘이 도는 것 같다’고 느끼는데, 이는 기분이 아닌 수분 측정 후 내수분이 차오르는 것을 통해 치료 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환이 없더라도 호르몬 불균형, 체내 노폐물이 많은 경우 세포 외수분 수치가 높아지는 만큼, 각종 통증·순환·염증 등과 관련된 건강 관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BWA가 기존 인바디와 가장 다른 점은 서지 않고 누워서 측정한다는 점이다. 누운 상태에서 좌우 손목 및 발목에 측정기를 착용한다. 신 파트장은 “아무래도 서서 측정하면 중력 때문에 다리 쪽으로 수분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질환 관리 및 처방 면에서는 이 자체가 간섭으로 작용할 수 있다. 누워서 측정하다보니 노인이나 환자도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의 활용도, 만족도도 크다. 신의료기술평가 통과 이후 비급여 적용도 가능해졌다. 현재 전국 300개 병의원에서 BWA를 활용하는 중이다. 빅5에서도 이를 도입한 곳이 있다.
인바디는 BWA를 회사의 또 하나의 대표 브랜드로 키워낸다는 포부다. 마치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같은 라인을 떠올리면 쉽다.
향후 ‘가정용 체수분 측정기’ 출시 계획도 있다. 영양 균형이 중요한 암환자, 수분 모니터링이 필요한 심부전 및 신부전 환자, 체중 관리가 중요한 투석 환자, 체성분 관리가 중요한 당뇨병 환자 등 지속적인 체수분 측정과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매우 많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측정하고, 스스로 모니터링하면 건강 이상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 현재 개발 중이며 연내 출시 예정이다.
인바디의 향보는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을 향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해온 세계 8400만 개 이상의 체성분 데이터와 체성분 측정 기기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다.
회사 측은 올해 ‘인바디 에브리웨어(InBody everywhere)’를 미션으로 전 세계, 모든 분야에 건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퀸텀점프를 준비하고 있다. 피트니스 센터, 병원, 기업 등 사용처·사용자의 특성 및 목적 등을 고려해 더욱 고도화된 활용도를 누리게 한다는 포부다.
회사 측은 “어디서든 인바디를 만나볼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인바디를 통해 체성분을 측정하며 내 몸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고 들여다보며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인바디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라고 밝혔다.